[이슈 프리즘] 홍 부총리, 정치 불참 선언해야

입력 2021-07-01 17:17   수정 2021-07-02 00:16

경제학계에서 정부는 꽤나 오랫동안 없는 존재이거나 이타적 주체로 간주됐다. 애덤 스미스나 데이비드 리카도 이론에선 정부가 나오지 않는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정부를 위기 때 기업과 가계를 대신해 수요를 창출해 줄 수 있는 주체로 여겼다. 정부는 선의의 경제 주체이며 정부를 운영하는 정치인이나 정부 관리는 ‘합리적 인간’으로 간주됐다.

이 같은 생각에 반기를 든 이가 제임스 뷰캐넌이다. 뷰캐넌은 연구 결과 전혀 그렇지 않다는 답을 얻었다. 정치인이나 관료 역시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익을 좇는 사람이라고 봤다. 정치인의 경우 권력을 위해, 정부 관리는 권한과 지위를 위해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 때문에 공무원이 계속 늘어나고 정부가 필요 이상으로 세금을 쓴다고 봤다. 정부 지출이 늘고 계속해서 적자가 불어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되는 과정을 뷰캐넌의 시각으로 살펴보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있는 일이 될 수 있다. 우선 이렇게 빨리 2차 추경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1차 추경이 확정된 게 3월이고 지원금 지급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더군다나 올해는 코로나19 피해에서 벗어나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는 국면에 있다. 추경 33조원을 포함해 36조원의 지출 규모가 적정한지도 논란이다. 무차별적으로 뿌려지는 카드 캐시백이 1조원이고, 사실상 소급으로 중복 지급되는 소상공인 지원금이 3조9000억원이다. 여기에 학생수가 줄어 돈이 넘치는 지방 교육청에 내려가는 돈이 6조원을 웃돈다.

뭐가 그리 급하고 또 왜 이리 많이 써야 할까.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여당이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2차 추경을 서둘렀고 정부 관리들이 동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내년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다.

재난지원금이 ‘하위 80%’로 결정되는 과정도 뷰캐넌 모델로 분석해 볼 수 있다.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애초부터 선별지원해야 한다는 쪽이었다. 이번에도 지급 대상을 ‘하위 70%’로 제시했다. 반대로 청와대와 여당은 처음부터 ‘전 국민 지급’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4차 재난지원금 논의가 진행되던 지난 2월 “코로나에서 벗어날 상황이 되면 국민 위로 지원금, 사기진작용 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5차 재난지원금은 전 국민 대상이 돼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여당의 대선후보 등 실세들은 대부분 ‘전 국민 대상 지급’을 주장했다. 뷰캐넌의 시선대로 재정건전성보다는 표가 우선인 만큼 지원금 대상은 많으면 많을수록 정치인들에게 좋다.

2차 추경은 최종적으로 ‘하위 80% 지원 + 전국민 카드 캐시백’으로 결정됐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원 10% 확대 + 전국민 카드 캐시백’을 양보했다. 왜 그랬을까. 거대 여당과 다투는 것이 실익이 없고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을 내렸을 수 있다. 이것이 뷰캐넌이 보는 방식이다. 홍 부총리는 한때 여당 일각에서 경질 대상으로 꼽힌 바 있고, 기재부 조직 자체가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극히 일부에선 홍 부총리가 강원지사 출마를 위해 할 말을 다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보기도 한다. 민주당의 지원을 얻기 위해 양보한다는 얘기다. 아마 아닐 것이다. 일국의 경제부총리가 도지사가 되기 위해 재정을 내주겠는가. 홍 부총리는 이런 터무니없은 의혹을 씻을 방법이 있다. 정치 진출을 안 하겠다고 선언하면 된다.

뷰캐넌의 이론이 절대진리인 것은 아니다. 역시 공격받는다. 서구에서 200년간 정부가 커진 것은 복지와 교육 지출의 증가 때문이지 정치인과 관료 탓이 아니라는 반박도 있다. 또 일반 소비자든 관료든 항상 합리적인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정치인이든 관리든 이따금씩 소신에 따라 행동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뷰캐넌이 이처럼 틀렸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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